회고

여러모로 뜨거웠던 23년 상반기 회고

Robinkim93 2023. 9. 3. 17:11

달마다 회고를 남기는 것을 항상 목표로 두고 있었는데, 그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것이 벌써 9~10개월이 되었다.

달마다 회고를 남기는 이유는 그 달의 나를 돌아보고, 좋았던 것들과 좋지 못했던 것들을 다시 복기하고 좋았던 것은 지속하고, 좋지 못했던 것은 개선해나가기 위함이었는데, 핑계일수도 있겠지만 회사에서의 나를 돌아볼 시간은 있었으나, 개인적인 나를 돌아볼 시간이 꽤나 부족했던 상반기였던 것 같다.

 

늦었지만, 누군가에게 보여지는 것이 아닌, 나 스스로 어떤 상반기를 보내왔는지 다시 생각해보면서 당시의 마음과 지금의 나를 이어주는 시간을 가져보려고 한다.

 

12월 중순, 위코드 부트캠프를 수료하고 짧게나마 혼자 제주도 여행을 다녀왔다. 여행으로는 제주도를 처음 가봤기 때문에 꽤나 설렜고, 오랜만에 가지는 혼자만의 시간에 복잡했던 많은 상황과 생각들이 조금씩 정리되면서 아직도 굉장히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는 여행이었다.

(기상악화로 2박 3일 여행이 4박 5일 여행이 된 건 생각지 못했지만..)

 

다시 돌아온 뒤로는, 집무실과 로켓펀치가 운영하는 취준컴퍼니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집무실에서 취업준비를 나름 편하게 할 수 있었다. 최대 3개월 간, 매주 하나 이상의 회사에 지원을 하는 것을 업무 컨셉으로 잡고, 속한 사람들을 취준컴퍼니라는 가상의 회사에 취업시켜 이직시킨다는 취지의 프로그램이었는데, 덕분에 계속 여러 회사에 지원하는 것을 멈추지 않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이력서와 포트폴리오를 수정해가면서 취업 준비를 할 수 있었고, 가장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원하는 집무실 지점을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크게 다가왔던 것 같다. 카페에 오래있기도 애매하고, 그렇다고 스터디카페같은 곳을 이용하기엔 꽤나 금액적인 부분이 부담이 되었었는데, 이 기간 집무실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게 되면서 많은 이득을 봤다고 생각한다.

 

반대로 이 3개월이라는 기간동안 개인적으로는 꽤나 힘든 시간을 보냈는데, 이유는 당연하게도 취업이 되지 않는 것이었다.

여러 첨삭과 조언을 받으면서 이력서를 많이 다듬어갔다고 생각했는데, 면접은 커녕 이력서 제출 단계에서 탈락을 하는 상황이 매일 매일 발생했다. 매일 노력하고 있었지만, 매일 아침 날아오는 탈락 메일에, 매일 아침 실패를 경험하는 날들이 계속되었다.

 

나의 경우를 들자면, 노션과 PDF 파일로 이력서를 정리해두고, 이용하는 플랫폼에는 간단한 내용만 작성했는데 이 부분이 유효하게 작용하지 않았다. 실제로, 정리해둔 이력서의 내용을 모두 플랫폼에 옮긴 뒤에야 몇 번의 면접을 볼 수 있었던 것을 감안하면, 대체적으로 노션 또는 PDF 파일까지 잘 들여다보지 않는다는 생각이 얼추 들어맞았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렇게해서 수료 후 3개월 째인 3월에 구로디지털단지의 한 회사에 개발자로 취업할 수 있었다.

위코드 시작인 9월부터하면 반년 만에 그래도 원하던 직종전환을 이루어낸 것 인데, 역시 하면 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얻을 수 있었고, 반대로 이제 시작이기 때문에 '월급 받으면서 공부하자'는 마인드로 정말 후회없을만큼 매일 업무에 임했었다.

 

하지만, 처음부터 회사생활은 마음대로 흘러가진 않았는데 기존 회사에서 운영하던 서비스는 PHP 기반의 서비스를 운영중이었고, 다른 작은 서비스를 Javascript 기반으로 운영하고 있었기 때문에 나는 Javascript 개발자로 입사하여 작은 서비스를 맡게 될 예정이었으나, 회사 내부적으로 그 작은 서비스를 잠정중단키로 결정하였고, 때문에 나는 PHP 기반의 서비스를 유지보수하고 기능을 추가하는 업무를 맡게 되었다. 프론트 백의 구분은 없고 거의 모놀리식으로 구성된 하나의 큰 PHP 파일 덩어리 안의 내용과 백 부분에서의 작은 Layered pattern을 유지보수 하였다.

 

이 과정에서, 개발팀과 서비스본부에서는 아직 PHP를 다루는 정도를 몰랐다고 판단하여 수습기간을 1개월 연장했고, 이 때 맡게 된 이벤트 페이지 리뉴얼 작업에서의 실수와 그 이전과 이후의 상황들이 겹쳐, 결과적으로는 회사에서는 수습종료를 통보했고 사실 상 해고를 당하게 됐다.

 

사실 아직도 정확한 이유는 알지 못한다. 그렇지만, 요새 말하는 억까를 당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는데 개발팀장이라는 사람은 무수한 거짓말로 이미 나를 해고하기 전에 나를 모든 업무와 사람들에게서 고립시켰고, 수습평가서를 작성할 때 마저도 수 많은 거짓말이 기반된 내용을 작성하여 결국 나를 회사에서 내보낸 결정적 이유가 됐다.

 

물론, 실수를 한 건 나의 잘못이지만 지금껏 개발팀에서 발생시킨 수 많은 실수들과 더 큰 잘못들은 용인되었고, 나는 모바일 화면에서의 반응형 CSS 실수 하나로 해고 당했다는 것은 지금도 받아들이기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아마도 이전부터 뭔가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들이 있었기에 이런 결과가 생겼다고 생각하지만 그런것을 말하고 개선시켜가는 과정조차 주어지지 않았다는 걸 생각하면 이마저도 결과에 대한 이유로 합당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여튼 이런 과정을 통해서 퇴사하게 되었고, 다시 취업준비에 들어가면서 업무에 치여 하지 못했던 사이드 프로젝트를 진행하던 와중에 그룹바이라는 플랫폼을 통해 연락주신 현재 재직 중인 회사의 대표님과 커피챗을 진행했고, 서로 핏이 너무 잘 맞는다고 판단하여서 퇴사 한 달만에 작은 스타트업으로 이직하게 되었다.

 

현재 회사는 스폰서가 넘쳐나는 SNS보다 좀 더 '소셜 플랫폼' 다운 플랫폼을 개발하는 단계에 있고, 개발자는 나 혼자로 서버 구성부터 프론트, 백까지 전부 혼자 진행하고 있다. 처음엔 이 부분이 리스크가 크다고 생각했고, 내가 개발하는 방식에 대해서 누구도 피드백해줄 수 없다는 부분이 개인적 성장으로 이어지기엔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했다가, 지금까지 내가 경험한 개발은 모르는 부분에 벽을 느끼고, 그 벽을 하나하나 깨가면서 더 좋은 성장을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대표님이 주신 제안을 받아들이고 현재까지 약 3주 정도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

 

현재는 서비스의 거의 최종모습까지 기획과 디자인이 나와있고, 개발이 따라가야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화장실 갈 시간도 쪼개가면서 열심히 두들겨 맞고 있는 중이고, 그 과정에서 고작 3주지만 많은 것들을 공부하고, 알게 된 개념들이 많아서 정말로 만족스러운 회사생활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올해 상반기의 나에게 생긴 일들과 생각들을 쭉 다시 생각해보면서, 어떤 것을 취하고, 어떤 것은 버려야 할지 꽤 명확해진 것 같다.

 

첫번째는 일하는 방식에 있다. 나는 모르는 부분을 부딪히면서 배우는 것이 가장 빠른 성장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몰랐던 개념이나 오류상황에서의 해결방법을 노션에 짧게라도 항상 남겨두는 편이다. 그런데 이것이 조금 과해지면 같이 일하는 개발자의 입장에서는 혼자 끙끙 앓다가 종국에는 생각한 것과 다른 결과물이 나올 수도 있겠다 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 것 같다. 실제로도 나는 어지간한건 혼자 해결해보기 위해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데, 엄밀히 회사는 나를 공부시켜주기 위한 곳이 아니라 결과로써 수익을 만들어내는 조직이기 때문에, 조금 더 주변의 사람들을 이용해 문제해결을 해나가는 방법을 고민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두번째는 하나에 너무 매몰되는 경향이 있다는 점이다. 어떠한 한 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여러 방면에서의 수정이나 추가가 필요한데, 이렇게 작은 부분들에 신경쓰다보면, 내가 어떤 것을 해결하기 위해서 이 작은 부분들을 신경쓰고 있었는지 길을 잃는 상황들이 더러 발생했다. 이렇게 되면 핵심적인 부분에 대한 해결이 되지 않고, 해결을 위한 또 다른 문제들을 계속 발생시키는 것과 같으므로, 항상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함인지를 계속 생각하며 업무를 진행해야된다고 생각했다. 또 지금은 나 혼자 일을 하기 때문에 CPO님과 개발에 대한 일정을 계속 공유하고 노션이나 먼데이 같은 툴들에 적용해야하는데, 이렇게 일정을 내가 관리해가면서 업무를 하는것이 처음이기도 하고, 개발에만 모든 신경이 개발을 향하고 있기 때문에, 계속 일정관리가 안되는 일들이 생겼는데 이 부분은 사내에서 진행하는 주간 회고 때부터 계속 반성해야할 부분으로 생각하고 조금씩 개선해나가는 중이다.

 

세번째는 핵심만 정확히 말하는 방법에 대한 것인데, 나는 지금껏 딱 할 말만 제대로 할 줄 안다고 생각했지만, 현재 재직 중인 회사에서 주간 회고 및 스프린트 전 회의를 진행할 때, 나의 말에 미사여구가 많고, 핵심을 에둘러 말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의사결정을 위한 과정에서 나의 주장을 조금 더 설득력있게 말하지 못한다고 생각했고, 이것은 내가 나의 개발방식에 확신이 적기 때문이라는 생각도 들어서 결론적으론 개발에 대한 지식이나 좋은 구조, 좋은 방식들을 조금 더 탐구해서 나의 결정이나 말에 내 스스로도 설득력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한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회고를 쌓아두고 하다보니 조금 더 디테일한 부분이나 나의 생각들이 조금 뭉뚱그려져서 작성되고 실제로도 그렇게 느껴지는 것 같다. 앞으로는 바쁘더라도 달마다 회고를 진행해서 내가 현재 어떤 방향으로 가고 있고, 그 방향으로 갈 것인지 아니면 다른 방향으로 갈 것인지에 대한 판단을 빠르게 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시간을 가져야 될 것 같다.